나에게 게임이란?

권대현
연구공간 삐딱시선 공간부장
유튜브 채널 nCbD 대표

 

삼촌과 함께 살던 어린 시절, 삼촌이 한 “울티마” 게임과 “인디아나 존스” 게임 덕분에 저는 게임을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영어로 되어 있어, 게임 내용을 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찾아가며 이면지에 게임 내용을 적어가며 게임을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공부하듯 게임을 했던 이유는, 다시 말해 게임에 빠진 이유는 게임이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게임 덕분에 저는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한 편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집중하는 제 자신이 좋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게임을 시작했고, 계속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저는 서양 사상이 아닌 동양 사상을 반영한 RPG 게임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로 된 게임을 할 땐, 힘겹게 구한 공략집에 의지했습니다. “드래곤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또 “성검전설” 같은 게임을 할 땐, 동네 게임기 가게의 형과 친분(?)을 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세상, 제가 상상 속에 그리던 것, 나아가 제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게임과 함께 제 어린 시절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다크사이드 스토리”나 “어쩐지 저녁” 같은 100% 한국적 세계관을 토대로 한 게임을 접할 때는, 게임 제작자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얼마나 고뇌했을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었듯, 게임도 세월이 지나면서, 오락기와 컴퓨터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점차 자리를 옮겨갔습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이 나오면서 커뮤니티란 것이 생겨났습니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스토리를 즐기는 데 멈추지 않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게임은 우리 사회 안에 정말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게임은 한 시대의 사회와, 이 사회를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게임 속에 도박이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고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현실 세계 속에서 이 조직을 회사처럼 운영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게임은 한 권의 책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틀이었는데, 이젠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처럼 보입니다. 게임 유저의 인생과 매우 닮은, 게임 하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아닌가, 이런 생각마저 조심스럽게 듭니다.

 

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실험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현실에서 위험부담이 너무 큰 어떤 일이 있다면, 그것을 게임 속에서 연습해보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이 적은 기회비용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게임으로 연습해보는 사람들과 저는 가끔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서 돈을 벌어보고, 매점매석도 해보고, 게임은 우리 삶의 실감나는 연습장이 되었습니다.

 

성취감과 의욕을 좀처럼 느끼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빠른 시간에 성취감과 즐거움, 그리고 삶의 동기마저 제공하는 것, 저는 바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지쳐만 가는 우리 심신에 위안을 제공하는 것, 이것 또한 제 생각에 게임입니다. 게임 속에서 실패했더라도 다행히, 우리는 현실에서 게임 속 실패의 교훈에 따라 어쩌면 잘 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현실을 등지고 게임에 몰두하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현실에서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해보고, 그 일을 통해 삶의 원동력을 찾으라는 말입니다. 게임에서 성취한 것을, 현실에서 이룰 때 필요한 용기를 얻으라는 말입니다.

 

시대에 따라 게임의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게임을 마약이라고 말한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일정 부분, 이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치료용 마약이 있듯, 게임도 우리가 조절할 수 있다면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상처 입은 우리 심신을 치유할, 적어도 작은 여유를 줄 치료제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게임은 이렇습니다. 결국 게임도 우리 인생을 위한 것입니다. 저 한 사람이 아닌, 어쩌면 “우리” 인생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혼자 게임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 혼자가 아닙니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와 저는 오늘도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이란 매체를 통해 대화합니다.

 

“연구공간 삐딱시선” 블로그에서 독립해, “공간부장의 게임 채널” 블로그를 “티스토리”에 시작한 이유도 결국, 저 혼자가 아닌, 저와 누군가와 만들 “우리”를 위해섭니다. 리니지m, 세븐포커(뉴포커), 브롤스타즈, 등등, 여러 게임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더 큰 “우리”에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공간부장의 게임 채널”과 유튜브 채널 “nCbD Broadcasting”을 구독해주시면, 제 작은 세상이 우리 “사회”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기원합니다.